외국인 근로자 고용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 강화 지침은 지난해말 경기 포천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사망한 것이 발단이 됐다. 사인은 ‘간경화’. 그렇지만 한파로 인한 동사일 것으로 추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농장 내 주거시설이 ‘주범’인 양 누명을 쓰게 됐다. 이에 고용당국은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기에 앞서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 강화 지침부터 마련했다. 이후 이 지침은 농촌 현장을 혼란에 빠뜨렸고, 예견된 각종 부작용으로 ‘졸속 행정’이라는 오명을 꼬리표로 달았다.

그런 만큼 이 지침은 농민, 외국인 근로자 양측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 농가가 추가 비용을 들여 새 숙소를 마련해줘도 근로자들은 반기지 않고 있다. 심지어 새 숙소에 들어갔다가 다시 기존 농장 내 숙소로 돌아가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기존 숙소를 사용하는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을 원하면 고용노동부가 이를 허용해주는 바람에 외국인 근로자의 농장 이탈이 속출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농민들은 숙소문제 외에도 근로자들의 무단이탈, 고의적인 태업, 무리한 사업장 변경 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출근 후 아프다고 꾀병을 부리며 일찍 들어가버리기 일쑤고, 주인 눈만 피하면 ‘휴대전화질’에, 하루에도 100통 이상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문자테러’를 감행한 근로자도 있었다. 도를 넘는 근로자들의 행태에 농민이 시정을 요구하며 조금만 목소리를 높이면 근로자들은 휴대전화 녹음 버튼부터 누른다고 했다. 사업장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증거를 잡겠다는 의도다. 이런 행태를 참다 못해 고용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면 돌아오는 답은 “제재할 방법이 없으니 사업장 변경에 동의해줘라”다.

농가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태업, 무단이탈 등 귀책사유가 발생해도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경남의 시설농가 신모씨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있어도 인권 관련 단체가 개입하면 고용센터도 쩔쩔매며 외국인 근로자 편에 선다”며 “대부분의 외국인 근로자는 이런 사정을 아주 잘 알고, 이를 교묘히 악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고용주를 옥죄고 범법자로 만드는 현 제도 속에선 차라리 불법체류자를 쓰는 게 속편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농촌의 만성적인 인력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합법적으로 고용한 외국인 근로자의 몸값보다 불법체류 근로자의 임금이 비싼 기현상은 합법 근로자의 무단 이탈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지금 농촌은 일손부족, 가파른 인건비 상승, 외국인 근로자의 태업과 무단이탈 등으로 어디 한곳 성한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