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 변경


주민등록법 7조 3항은 '시장·군수·구청장은 주민에게 개인별로 고유한 등록번호를 부여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법에는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고, 담당 직원 등의 실수로 주민등록번호에 오류가 있는 경우에만 정정이 가능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청구인들은 2011년 포털사이트 정보유출과 2014년 카드 3사 정보유출 등에 따른 피해자들로 지방자치단체에 주민번호 변경을 요구했으나 주민등록법 제7조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헌법 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주민번호는 단순한 개인 식별 역할에 그치지 않고, 다른 개인 정보와 연결자로 사용되고 있다"며 "국가가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입법을 통해 유출이나 오·남용을 예방하는 조치를 취했다 해도, 여전히 수집·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미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최근 개인 정보 유출로 사생활뿐 아니라 생명·신체·재산 침해 소지가 크고, 범죄에 악용되는 해악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한번 부여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일률적으로 금지한 것은 개인 정보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판단했다.

행정자치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2016년 5월 19일 국회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허용하는 내용의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신설된 주민등록법 제7조의 4조(주민등록번호의 변경)는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인하여 생명·신체, 재산, 성폭력 등의 피해 또는 피해 우려자가 주민등록지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번호 유출로 생명이나 신체, 재산에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들이 그 대상으로, 보이스피싱이나 전화대출 사기 피해자를 비롯해 아동, 청소년 성범죄 피해자, 성폭력 피해자, 성매매 피해자, 가정폭력 피해자, 공익 신고자 등도 해당된다.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하려는 경우 신청서와 피해 입증 자료를 구비해 주민등록지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신청하면 된다. 변경 신청은 법정대리인 외에 신청인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 등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입증 자료는 개인정보 처리자가 제공하는 개인정보 유출 확인서나 판결문이나 신문·방송 등 유출을 확인할 수 있는 공적 자료 등을 말한다. 재산 피해를 입은 경우 금융 거래 등 관련 자료가 필요하고 생명이나 신체의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진단서나 진료기록부가 필요하다. 성폭력 피해 입증 자료는 상담 사실 확인서나 보호시설 입소 확인서 등이 있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고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녹취록이나 진술서 등 피해의 개연성을 소명하는 자료를 제출하면 된다.

신청을 받은 시·군·구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번호 변경위원회에 통보한다. 위원회의 심사와 의결을 거쳐 주민번호 변경 여부가 결정된다. 2017년 5월 30일 출범한 주민등록번호 변경위원회는 민간위원장을 포함한 민간위원 6명과 5명의 고위공무원급 정부위원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범죄경력 은폐, 법령상 의무 회피, 수사나 재판 방해 목적, 선량한 풍속 위반 등의 목적이 있는 경우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 위원회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30일 이내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위원회가 주민번호 변경 인용 결정을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면 지자체에서는 신청인에게 새로운 주민번호를 부여하게 된다. 주민등록번호 13자리 중 생년월일과 성별을 나타내는 번호를 제외한 뒷자리 6자리 번호를 새로 받을 수 있다. 주민번호를 새로 받은 경우 복지나 세금, 건강보험 등 행정기관에서 사용하는 번호는 자동으로 바뀌나 은행, 보험, 통신 등 민간기관과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처럼 주민번호가 표시된 신분증은 직접 변경을 신청해야 한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변경위원회는 2017년 8월 8일 첫 번째 변경 신청 인용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는 16건의 주민등록번호 변경 신청 가운데 9건에 인용 결정을 내렸다. 주요 사유는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4건으로 가장 많았고 명의도용으로 인한 피해 3건, 가정폭력으로 인한 피해 2건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제도 시행 이후 입증 자료 구비 등 신청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주민번호를 바꾼다 하더라도 생년월일과 성별(뒷부분 첫째 자리) 부분은 그대로 남기 때문에 여전히 개인정보를 유추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부모는 자녀의 주민등록번호가 담긴 가족관계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해자가 부모인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