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가장인 아버지가 봐야 할 드라마)

 

1. 2022년 9월 추석연휴(9.9~12.)에 공개된 수리남 넷플릭스 드라마를 봤다.

한국에서 설/추석 연휴는 형제/자식들이 모이는 정겨운 휴일이거나,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하기 싫은) 많은 사람들이 공허함과 무료함/소외감을 벗어나고자 오랜만에 남아도는 시간을 사치스럽게 낭비하는 명절이다. 이 때 영화가 봇물을 이룬다. 천만영화가 탄생한다. 수리남의 공개 타이밍도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둔 듯하다. 폭력/마약/19금 장면이 일부 있어 다양한 가족이 함께 보면 조금 민망해 질 수 있다. 

 

2. 수리남 첫 회(1회당 약 1시간 총 6회로 종결)를 보면, 80년대 90년대 사회상을 돌이킬 수 있어 중장년들에게 매우 편안한 몰입감을 준다. 무엇보다 스토리 전개가 빠르다. 지루할 틈이 없다. 아파트 전세금 / 아이들 학원비 / 단란주점 진상/ 뻔해 보이는 인생이지만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포기하는 자신이 미워지지만 어쩔 수 없이 현실에 안주하는 나 자신을 본다. 드라마 장면- 엄마 장례식장에서 울지 않고 홍어에 소주만 비우는 아버지의 심정을 나중에 알게 된다. 이 것 저 것 생각할 것도 많은데 빠르게 지나간다. 어느 덧 나 자신이 배우 하정우(강인구 역)가 되어 절박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3. 우여곡절 끝에 교도소에 수감되는 강인구(하정우)는 한국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마주하게 된다. 아파트 전세금을 빼서 남편을 돕겠다는 아내와 철 없는 아이들이 보채는 것을 뒤로하고 가장인 아버지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해 보인다. 국정원 직원의 제안을 수락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현실을 뚫고 갈수 밖에 없다. 70-80년대에 성장한 사람들에게는 성공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이 있었다. 그것이 명절이고 그것이 사는 것이었다. 

 

4. 남미 수리남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실제 수리남에서 마약 일을 했던 조봉행의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이야기는 긴박하면서도 흥미롭게 이어지고, 로케이션 장면들도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큰 화면으로 볼 만하다. 배우들의 캐릭터 연기 또한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