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모종을 심었습니다.

  지난 3월 초에 정말 삽질해서 밭을 다듬고(1주일 동안), 거름 10포대(1포대당 약 2~4천원)를 쏱아붓고 살충제(가루형태)까지 섞어서 뒤집어 주었지요. 처음에는 거름 냄새가 심하지만, 3일 정도 지나면 사라집니다. 거름은 가스를 제거해야하기 때문에 곩고루 펼쳐줍니다. 4월 초에 둑을 만들었습니다. 또 2주 후에 비닐을 씌우고, 고랑 사이에 제초매트를 깔았습니다. 장마철 지나면 정말 풀이 무섭게 자랍니다. 

잡초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풀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릅니다. 

 

2년 전에는 고추모종을 조금 일찍 심어서 냉해를 보았습니다. 야간 최저기온이 6도시 이상 되었을 때 심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고추가 냉해를 입으면, 나중에 보니 2주 늦게 심었던 고추 보다 더 느리게 자라더라구요. 

 

고추 모종을 심기 전에 하얗게 달린 뿌리를 쪼개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없어서는 안될 것이기에 고추는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손이 많이 갑니다. 밭준비, 모종심기, 고추끈으로 묶어주기, 물주기/웃거름주기, 배수시설 점검, 풋고추 따먹기와 동시에 어린 순 치기, 꽃이 피면 살충제(대략 1주일 지나면, 햇볕과 자연통풍으로 거의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 됨)를 주어야 하고, 풋고추 따먹은 다음에는 고추 끈을 더 큰 것으로 묶어주고, 고추가 빨갛게 익으면 따서 물에 세척 후 꼭지 따고 건조기에서 건조, 김장용 비닐봉투에 넣어서 건조보관 후 방앗간에서 가루를 만들어 나누어 먹으면 됩니다. 아주 손이 많이 가고 애환도 깊습니다. 7-8월 장마가 지나갈 때 쯤 살균제를 제 때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건강하던 키 1.5m까지 큰 고추대가 고추부터 말라 죽게 됩니다. 죽어가는 광경을 보게 된다는 것은 참 마음아픈 일입니다. 그게 싫어서 병이 심하다 싶으면 바로 뽑아버립니다. 보면 볼 수록 마음만 아프니까요.

 

긴 여정이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여름과 가을까지 이어지는 긴 스토리를 만들어 보려합니다. 

사람도 그렇지만, 고추도 온실에서 바깥에 나오면 한동안 너무 힘든 시기를 지나게 됩니다. 2년 전에는 모종을 조심 조심 심었는데 지나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고추가 야외 적응하기 쉽도록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온실에서 지 맘대로 곱게 뻗은 뿌리를 쪼개서 상처를 내 주어야 얘가 정신차리고 빨리 새 뿌리를 흙에 내립니다. 곱게만 키우다 망치는 것은 고추모종이나 사람이나 같습니다. 온실에서 뻗은 긴 뿌리를 스스로 버리고 새 땅에 새 뿌리를 내리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차라리 누가 뿌리를 끊어주면 새롭게 시작하기 쉬우니까요. 우리 인생도 그런 경우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고추 모종 심고 나면 물을 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