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관련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릴스, 틱톡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무차별적으로 올라온 이태원 참사 영상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 희생자·유가족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트라우마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정부 기관들이 앞다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이버 공간에 올라온 게시물에 대한 중점 모니터링에 들어간 이유다.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현장 영상들을 보면 대부분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물들이다. 설령 광고 수익을 얻는 목적이 아니라 사회적 경각심을 주기 위해, 또 사건의 진실을 알린다는 취지로 올린 순수 영상물일지라도 사안에 따라 얼마든지 불법 촬영물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최근 유튜브 숏츠, 릴스, 틱톡 등 스마트폰으로 바로 촬영해 올릴 수 있는 숏폼 서비스들이 인기를 끌면서 동의를 받지 않고 주변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사례들이 빈번해지고 있어 일반인들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가 불법 영상물이고, 어떤 경우에 합법 영상물일까.

조롱성 댓글 ·비방성 편집 영상물 올리면 형사처벌…단순 영상 올린 것만으로 처벌 어려워

이태원 참사 영상 같은 사고 현장이나 군중집회, 콘서트장, 길거리 영상을 단순히 올린 것만으로 불법이라 볼 수는 없다.

다만 영상을 올리면서 제목 혹은 텍스트, 그래픽 이미지로 당사자들을 비방하거나 조롱했다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의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명예훼손 행위는 그 전파성이 강해 일반 형법에서 규정한 명예훼손죄보다 엄하게 처벌한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다른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연한 사실을 들어 명예를 훼손했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만약 허위사실로 타인을 비방했다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번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조롱성 댓글은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다. 실제로 이태원 참사 이후 일부 이용자들은 “놀다가 죽었는데 왜 추모하나”, “외국 명절 챙기러 간 것” 등으로 희생자들을 조롱했다. 심폐소생술을 받는 사진에는 외모를 평가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들 모두 사이버명예훼손죄에 해당될 수 있다.

임남택 법무법인 메리트 변호사는 “현행법상 악성 댓글은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적용이 가능하다”며 “사이버 명예훼손은 형법상 명예훼손보다 엄하게 처벌하는 경우가 많아 이용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당시 악성 댓글을 달아 재판에 넘겨진 사람 중 90%가 명예훼손으로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초상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할 수도

타인을 비방할 목적이 아니더라도 군중 혹은 길거리 영상을 무심코 올리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당사자 동의없이 촬영된 경우라면 민법상 초상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영상 속 누군가가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할 경우 손해배상까지 감내해야 한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및 민법 제751조 위자료 청구에 근거한다.

다만 초상권 침해가 성립되려면 영상이나 사진에서 특정인임을 명확히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강정규 한국법조인협회 변호사는 “초상권 침해에 대해서 손해배상 청구 및 게재중단 요구가 가능하다”라며 “얼굴 전체가 나오거나 자신 신체를 통해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으면 초상권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게시물에서 얼굴이나 특정 정보에 대한 노출 정도가 심하고 조회수가 높다면 심각한 피해로 인지해 손해배상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가능할까

관건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느냐의 여부다. 전화번호나 집주소, 이메일 주소 등 신상정보는 물론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모자이크 없는 얼굴 영상도 넓은 의미에서 개인정보로도 분류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이달 한달간 이태원 참사 관련 영상을 모니터링하면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게시물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한 것도 그런 이유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상대방 동의를 받지않고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처벌 수위가 가볍지 않은 만큼 SNS에 현장 영상을 올린 일반 이용자들을 모두 개인정보보호법에 적용하긴 무리라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법 적용 대상은 업무 목적으로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해 개인정보 파일을 다루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개인 등의 개인정보처리자로 규정한다. 법조계 인사는 "영상물을 올린 이용자가 개인정보처리자라는 사실이 성립해야 하는데, 우연히 촬영한 영상을 갖고 이를 입증하기에는 부족한 요건이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 해도 광고 등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전업 유튜버라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없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