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정월대보름 부럼깨기

1. 정월 대보름은 한국 전통 명절로 음력 1월 15일이다.

설날 이후 처음 맞는 보름날로 상원, 혹은 오기일(烏忌日)이라고 한다.

조상들은 설날보다 더 성대하게 지냈던 명절로, 보통 그 전날인 14일부터 행하는 여러가지 풍속들이 있다.

원래는 설날부터 대보름까지 15일 동안 축제일이었으며, 이 시기에는 빚 독촉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옛날에는 큰 축제였다.

이 날에는 오곡밥,약밥, 귀밝이술, 김과 취나물 같은 묵은 나물 및 제철 생선 등을 먹으며 한 해의 건강과 소원을 빈다. 또한 고싸움, 석전과 같은 행사와 다양한 놀이를 했다.

석전(돌멩이 싸움)놀이

2. 정월대보름 이야기(유래)

삼국유사에 정월 대보름과 관련된 소지왕 이야기가 전해온다. 

신라시대 임금 소지왕이 정월 대보름에 궁궐을 나섰는데 갑자기 까마귀와 쥐가 시끄럽게 울었다. 그리고 쥐가 사람 말로 왕에게 말했다. 

"이 까마귀가 가는 곳을 따라가 보옵소서"

임금은 신하를 시켜 까마귀를 따라가 보도록 시겼는데 연못에 다다랐을 때 돼지 2마리가 싸움을 하고 있었다. 신하는 돼지 싸움을 보다가 까마귀를 놓치고 말았다. 잠시 후 연못에서 노인이 나타나 신하에게 봉투를 주고

"그 봉투 안의 글을 읽으면 두 사람이 죽을 것이요, 읽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을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신하는 궁에 돌아와 임금에게 사실을 전했다.

임금은 2사람 보다 1사람이 죽는게 낫다고 생각해 편지를 읽지 않으려 했는데 다른 신하가 말했다

"전하, 두 사람이라 함은 보통 사람을 말하고, 한 사람이라 함은 전하를 말하는 것이니, 편지를 읽으소서"

일리 있다고 생각한 임금은 편지를 읽어보았다.

"'射琴匣(사금갑: 거문고 갑을 쏘시오)'

임금은 거문고 갑을 활로 쏜 다음 열어보니 두 사람이 활에 맞아 숨져 있었다. 두 사람은 왕비와 어떤 중이었는데 중이 왕비와 한 통속이 되어 왕을 해치려 했던 것이다. 그 뒤 정월 대보름을 오기일(烏忌日)이라 해서 찰밥을 준비해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속이 생겼다고 한다. 이후 이 찰밥이 발전해 약밥이 되었다. 

* 까마귀 말고도 쥐와 돼지도 기여했는데 챙기지 않는 이유는 12지신 자리를 차지해 행사를 치르기 때문이라 함.

 

3. 풍습

대보름 전날 밤에는 아이들이 집집마다 밥을 얻으러 다녔다. 또한 이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샌다고 믿었기 때문에 잠을 참으며 날을 샜다. 잠을 참지 못하고 자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몰래 눈썹에 쌀가루나 밀가루를 발라 놀려준다.

아침이 되면 부럼깨기 및 귀밝이술 마시기를 시작하며, 새벽에 '용물뜨기'를 하거나 첫 우물을 떠서 거기에 찰밥을 띄우는 '복물뜨기'를 하였다. 오늘날에는 여러 지방 단체 주최 행사들이 연이어 열린다. 자정에 이르러서는 달집 태우기 및 쥐불놀이를 이어하며, 풍년을 비는 행사를 끝으로 대보름을 마무리 짓는다.

이날 개에게 먹이를 주면 여름철에 개에게 파리가 많이 꼬일 뿐만 아니라 개가 메마른다고 여겨서 대보름에는 하루 굶기는 풍습이 있었다. 여기에서 즐거워야 할 명절이나 잔칫날을 즐기지 못 하는 사람을 가리켜 "개 보름 쇠듯"이라는 속담이 생겼다.

 

4. 음식

 

(부럼) 설날 아침에 떡국을 먹음으로써 나이를 먹는다면, 정월 대보름에는 만사형통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며 아침 일찍 부럼을 나이 수 만큼 깨물어 먹는 관습이 있다. 이를 '부럼깨기'라고 하는데 부럼을 깨물면서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비는 관습이 여전히 남은 것이다.

  실제로 견과류는 불포화 지방산이 많고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건강에 좋으며, 적은 양으로도 높은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는 견과류를 먹음으로써 건강을 챙길 수 있기에 이러한 관습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양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깨먹는다는 상징성 때문에 견과류 중에서도 과피가 남아있는 견과류에 집착하는 습속도 남아있다보니 정월 대보름날에는 껍질이 남아있는 견과류가 정월대보름용으로 많이 유통된다.

 

(오곡밥) 찹쌀, 기장, 수수, 서리태, 적두를 섞은 풍년을 기원하는 잡곡밥. 왜 굳이 오곡밥이냐면 과거 가을 추수 때 가장 잘 자라던 곡식들을 모아 한 밥 공기에 담으니 다섯 가지의 곡식이 있었다는 데서 유래했기 때문. 일반 쌀이 아닌 찹쌀을 쓰기 때문에 밥물을 일반 밥을 할 때보다 적게 넣어야 한다.

 

(진채) 묵은 나물이라는 뜻. 구체적으로 박, 버섯, 콩, 순무, 무잎, 오이, 가지껍질 등을 가리키는데, 여름에 더위를 타지 말라고 해당 나물을 준비했다는 조선시대 기록이 있다. 보통은 열아홉 가지를 준비하지만 충분치 않다면 세 가지 정도로 줄어들기도 한다. 진채에 포함된 나물 외에 호박잎, 도라지, 콩나물 등을 쓰기도 한다.

 

(귀밝이술/이명주) 이른 아침에 부럼을 깨는 것과 동시에 찬 술을 마시는 관습. 이름처럼 귀가 밝아지고 귓병을 막아주며 1년간 좋은 소식만을 듣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주기 위한 술이다. 술이긴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주기도 한다.

 

5. 놀이

다리밟기: 다리를 밟아 사람의 다리가 튼튼해지라고 하는 것. 대보름날 하천 위에 놓인 다리(橋)를 지나면 한해 다리(脚)병을 앓지 않는다고 해 성행한 풍습이다. 과거엔 보름달이 뜬 밤 동네 사람들과 다리를 왔다 갔다 하는 답교놀이를 했다. 정월대보름에 다리 12개를 건너면 1년 내내 건강하다는 속설도 있다.

달맞이: 초저녁에 보름달을 맞이하는 행위

달집태우기: 대보름날 달이 뜰 때 모아놓은 짚단과 생소나무 가지를 묶어서 무더기로 쌓아올린 "달집"을 세운 다음, 불에 태워서 놀며 풍년을 기원하며 소원을 비는 풍습

더위팔기(매서): 남에게 더위를 파는 풍속. 아침 일찍 일어나서 친구나 이웃을 찾아가 이름을 부른다. 이름을 불린 사람이 무심코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가라" 또는 "내 더위 네 더위 맞더위"라고 외친다. 이러면 이름을 부른 사람의 더위가 대답한 사람에게 넘어가게 된다. 반대로 더위를 팔려는 것을 눈치채고 대답 대신 "내 더위 사가라"라고 외치면 이름을 부른 사람이 오히려 더위를 사게 된다. 

복토: 부잣집 흙을 가져다가 자기 집의 부뚜막에 발라 한 해 동안 생업이 잘되기를 기원하는 풍속

액막이 연: 연을 날리다가 줄을 끊어 연이 멀리 날아가게 하는 의식. 다만 정월 대보름 이후에는 연을 날리는 사람을 멸시했는데 대보름 이후부터는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느라 바쁘기 때문.

연날리기: 액운을 날려 보낸다는 의미로 연을 만들어 날렸다. 조선시대 백성들이 연날리기하느라 농사짓는 걸 게을리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성행했는데 이를 막으려고 정월대보름 이후 연을 날리면 고리백정이라고 놀렸다고 한다. 요즘도 꼭 대보름이 아니더라도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공원에서 연 날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연날리기

그 외에도 쥐불놀이와 줄다리기 등

 

* 대보름 다음 날인 음력 1월 16일은 '귀신날'이라고 해서 이날 집 밖을 나가면 귀신이 들러 붙기 때문에 외출을 피하고 집에서 지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설날-대보름 동안 신나게 놀고 나서 하루 정도 조용히 지낸 뒤 생업에 종사하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6. 정월대보름 건강관리

중년 이상 연령층에서는 부럼깨물기를 피하는 것이 좋다. 치아 노화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치아가 건강한 사람은 부럼을 깨무는 일시적인 행동으로 치아에 큰 손상이 갈 확률은 높지 않으나, 구강 노화가 진행되고 있거나 치과 치료를 받아 치아 표면이 약한 상태라면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 영구적인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럼과 오곡밥은 치매 예방에 효과

부럼에는 좋은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치매 예방과 스트레스 관리에 효과적이다. 땅콩, 호두, 잣 등 견과류에는 올레인산과 리놀레산 등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다.

불포화지방산은 뇌신경 세포를 성장시켜 아이들의 뇌 성장에 도움이 되며, 뇌 세포가 쇠퇴하는 중·노년층에게는 두뇌 발달 촉진과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다.

부럼과 함께 대보름의 대표음식인 오곡밥은 찹쌀, 조, 수수, 팥, 콩을 섞어 만들어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가 풍부한 영양식으로 꼽힌다. 오곡밥은 쌀밥에 비해 열량은 20%가량 적고 칼슘과 철은 2.5배가량 많으며, 이소플라본과 베타카로틴 함량도 높아 건강식으로는 제격이다.

찹쌀과 수수는 성질이 따뜻해 소화기능을 돕고 구토와 설사를 멎게 하는 효과가 있다. 평소 위장 기능이 떨어져 속이 더부룩하고, 설사를 자주하는 사람에게는 효과적이다. 조 역시 위의 열을 없애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비타민B군이 풍부한 수수는 몸의 습한 기운을 없애고 열을 내리게 한다. 오곡밥과 함께 밥상에 오르는 묵은 나물은 생체의 활력이 떨어지는 시기에 비타민이나 무기질을 공급해주는 주요 공급원이다. 특히 묵은 나물은 생채소보다 식이섬유가 훨씬 많아 변비와 대장암 예방에 효과적이다.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한방과 서정호 과장은 “견과류 섭취가 몸에 이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한 번에 많은 양을 섭취할 경우 위와 장의 소화, 흡수 능력이 떨어져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며, 땅콩 같은 경우에는 장기간 실온에 보관할 경우 아플라톡신이라는 발암 물질이 형성되기도 하기 때문에 과식은 삼가고 보관할 때는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설은 나가서 쇠어도, 보름은 집에서 쇠어야 한다."

 

오곡밥에 들어가는 잡곡은 찹쌀, 차조, 찰수수, 찰기장, 붉은팥, 검은콩 등이다. 하얀색의 찹쌀, 노란색의 차조, 찰기장, 갈색의 찰수수, 붉은색의 팥, 검은색의 콩이 어우러진 오곡밥은 몸에 좋은 성분이 풍부하다.

하얀색의 찹쌀에는 비타민 E가 많이 들어 있다. 일반 쌀(백미)의 6배나 되는 양이다. 비타민 E는 피부를 보호하고 노화를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막을 보호해줄 뿐만 아니라 심장병 예방 효과도 있다. 찹쌀은 식이섬유도 풍부해 장 건강과 혈관 건강에 좋다.

노란색의 조와 기장은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고, 쌀에 부족한 식이섬유와 무기질, 비타민이 많이 들어있다. 베타카로틴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는 체내에서 비타민 A로 바뀌어 시각 기능을 유지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베타카로틴이 부족하면 눈 건강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베타카로틴은 몸의 성장과 발달, 세포분화 및 증식에도 도움을 준다.

붉은색의 팥과 검은색의 콩 껍질에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 안토시아닌이 몸에 좋은 것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 때문이다.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의 축적을 막아 노화를 늦춰주고 피부 탄력을 증진시킨다. 피로 회복과 시력 보호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혈전형성을 억제하고 염증과 콜레스테롤을 줄여준다.

팥은 몸 안의 붓기와 노폐물 제거에 효과적이어서 다이어트할 때 요긴한 곡물이다. 칼륨 성분도 풍부해 짠 음식을 먹을 때 섭취되는 나트륨이 체외로 잘 배출되도록 도와준다. 붓기를 빼고 혈압을 낮추는 칼리크레인 효소의 양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혈압이 높은 사람이 팥을 자주 먹으면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이다.

갈색의 수수는 폴리페놀 성분이 높아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 폴리페놀은 혈관이 굳어지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고 혈당조절 기능을 하기 때문에 생활습관병 예방에 좋다. 생활습관병은 식습관, 운동습관, 흡연, 음주 등 생활습관의 영향을 받는 질환으로 혈압, 당뇨, 비만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