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백로들은 둥지 안에서부터 피비린내 나는 경쟁을 시작한다. 같은 어미가 낳은 친형제들끼리 서로 둥지 밖으로 밀어 떨어뜨리거나 어미에게 먹이를 받아먹지 못하게 하여 끝내 죽게 만든다. 하지만 어미는 이 끔찍한 사건들을 그냥 바라보기만 한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사실 둥지를 떠나 살아남지 못할 자식은 일찌감치 사라지는 것이 어미에게도 훨씬 경제적일 것이다.
하이에나도 대개 두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백로의 경우와 흡사하게 하이에나 형제도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하이에나는 태어날 때부터 아에 보기에도 섬뜩할 정도로 잘 발달된 송곳니를 갖고 있다. 그 날카로운 송곳니로 호시탐탐 서로 물어 죽일 기회만 노린다. 결국 그리 오래지 않아 둘 중 하나가 형제를 물어 죽이고 어미는 한 마리의 새끼만 거두면 된다. 언뜻 부질없는 낭비처럼 생각되지만 경쟁은 그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갓난아기 때부터 겪어야 하는 삶의 역정이다.
인간사회에서 경쟁은
살아있는 모든 생물에게 경쟁은 피할 수 없는가 보다. 인간사회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자연세계의 질서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그 경쟁은 전체 생태계에서 더 나은 적응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의 과정으로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도 경쟁의 폐해는 있겠지만, 경쟁 없는 사회에서 살아갈 수는 없다. 아마 그 경쟁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이상향" "이상사회"가 바로 공산주의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경쟁이 공정하길 바란다. 그리고 전체 인간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힘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