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은 한글이 만들어진 날이 아니다

 

1. 한글날은 한글이 만들어진 날이 아니다. 1940년에 훈민정음 해례본을 발견했는데, 여기에 훈민정음을 9월 상순에 책으로 펴냈다고 한다. 1446년 9월 상순 마지막 날을 양력으로 바꾸면 10월 9일이다. 그래서 한글날을 10월 9일로 정한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10월 9일은 책을 발간한 시기(상순)인 것이다.

(한글 반포 연도를 구구단 4X4=16으로 외웠다. 가운데 숫자 두 개를 곱해서 첫 숫자와 마지막 숫자로 본다)

 

2. 북한에서는 한글날을 '조선글날'이라고 부르고 1월 15일로 정했다. 북한은 1443년 한글 창제를 기준으로 조선왕조실록에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기록이 나온 12월 말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1월 15일로 기념한다.

(북한은 외래어를 자제하고 되도록 순우리말을 사용한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은 한글날을 잘 모른다. 심지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달력에 표시되지 않았고,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3.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어는 언어이다. 수 천년 전부터 자연스럽게 있었던 언어다. 반면 한글은 세종대왕이 만든 문자다. 글자인 것이다. 한국어는 말(언어)이고, 한글은 글(문자)다. 글은 말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다. ( 예를 들어 말이 김치라고 한다면, 글은 김치뚝배기로 비유할 수 있다. 김치뚝배기는 김치를 담는 그릇이다.

구분하자면, 한글날은 한국어날이 아니라 한글(문자)을 기념하는 날이다. 한국어에는 한자어도 있고, 외래어도 있다. '버스'라는 말이 처음에는 외국어는 였지만, 한국어로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한글로 적으면 '버스'이고, 알파벳으로 쓰면 'BUS'인 것이다.

 

4. 세종대왕의 감정을 마음대로 단정짓는 사람들이 있다. 길거리 간판에 외래어가 많아서 이 소식을 들으면 세종대왕이 무덤에서 울 일이라는 것이 그렇다. 다시말하지만, 세종대왕은 한국어를 만들지 않았다. 외국어가 한글화되어 한국어가 풍부해진다해도 세종대왕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 더구나 대중매체에서 유명인이 세종대왕의 감정을 함부로 단정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외국어를 한국어로 바꾸어 말하면 쉽게 알아들을수 있는 말을 굳이 외국어를 그대로 한국어와 섞어 쓰는 것은 무례하다. 예를 들면 '이 영화는 디렉터스 컷이다'(이 영화는 감독판이다)와 같은 것이다.

훈민정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