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게 하기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낯선 곳에 가거나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낯선 물건/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여행은 지금 내가 있는 공간에서 이동하고, 낯선 환경에서 결국 일상으로 되돌아온다. 그래서 일상으로 되돌아왔을 때 여행전에 지루하게 느꼈던 일상이 새롭게 느껴진다. 계속해서 일상을 지속하는 힘이다. 일상으로 되돌아오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일상으로 되돌아오지 않는 여행은 여행이 아니다. 

 

먼 곳으로 떠나야만 여행이 아니다. 방구석 여행도 있다. 전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장판밑에 살고 있는 개미의 삶을 관찰하면 그것도 여행이다. 익숙한 것에서 떠나 새롭고 낯선 상황에 빠지는 것이 여행이다. 공간을 이동해도 비슷한 상황이라면 여행이랄 것도 없다. 어느 지방도시를 가도 비슷한 음식, 비슷한 사람, 비슷한 풍경이라면 여행이 아니다. 확실히 먼 곳으로 떠나면, 익숙한 환경에서 멀어진다. 외국인도 외국어도 외국풍경도 낯설다. 그래서 여행이다. 

 

우리나라에 제주도가 없다면, 참 암울할 수도 있었는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행기를 타거나 장시간 배를 타야하기 때문에 낯설다. 뿐만 아니라 제주에는 독특한 것이 많다. 돌도 그렇고 나무도 그렇다. 그래서 외국이 아니지만, 거의 외국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제주도가 없다면 비행기 타고 어디로 여행을 간다는 말인가!

제주도 절물

 

여행을 선듯 못가는 이유는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돈 보다는 시간이 우선이다. 익숙한 현실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돈에 따라서 방구석 여행을 하든, 지방에 가든, 새로운 이벤트에 참여하든, 새롭고 낯선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가상현실 여행도 가능하가.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시간과 약간의 돈이 있다면, 우선 결정해야 하는 것이 사람이다. 같이 갈 사람이 있느냐? 누구이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혼자도 가능하고, 혼자서 떠나면 낯선 경험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여행은 성장이다. 여행을 통해 낯선 사람(상황)과 교류하면, 나만의 우물에서 벗어나 나무위의 새가 보듯이 내가 처한 현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나와는 다르게 살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나와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나와 다른 언어(사투리 포함)를 사용하는 사람에게서 낯선 것을 느낀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다른 사람 또는 다른 상황에서 바라보면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다. 익숙한 현실에서는 변화를 얻기 힘들다.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그들만의 시각에서 익숙했던 내 삶을 바라보면, 비교를 통해 또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용기를 낼 수 있다. 그리고 변화할 수 있다. 결국 여행은 여행이 끝나고 익숙해서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현실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성장여행이다. 

 

마지막으로 익숙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다. 외국 여행하고 한국에 오면, 김치찌게, 된장국을 찾는다. 너무 맛있다. 그동안 너무 익숙해서 깨닫지 못했던 고마움을 느낀다. 부모, 친구, 자녀 등 가까운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또한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알게 된다. 여행은 내 주변에 늘 있어서 살피지 못했던 고마운 사람(사물)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지금 나는 제주도에 있다. 위험할 수도 있지만, 좀 더 낯선 것들을 탐험하고자 한다. 

제주 4.3 평화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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