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 문제 보다, 장사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해보인다

현대에는 고인을 장례식장으로 모시면 장례지도사가 장례 일정을 잡아주게 되며 보통은 3일장을 진행하며 1일차 : 영안실 안치, 분향소 설치 → 2일차 : 입관 → 3일차: 발인으로 진행된다.

 

전통적으로 한국에서 치르던 장례 방식은 매장이었지만, 현대 한국에서 대부분의 경우는 화장을 거친 다음 납골당에 안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8년 들어서는 90%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화장으로 장례를 치른다.

 

1.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56%는 “향후 제사 계획이 없다”고 답변하였다. 심지어 제사를 계속 지내길 희망하는 경우라 해도, 그 이유로 “전통을 유지하고 싶다”고 답변한 경우는 불과 10%에 불과했다. 머니투데이, 「성인 절반 이상 “제사 안 지낼래” 답변에...성균관이 보인 반응」, 2023.10.31.

 

2. 불과 20년 사이에 화장이 매장을 앞서게 되었고, 심지어 화장률이 90%를 넘어 섰다.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4) 응답자가 화장을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후손(자식)에 대한 배려(65.8%) 때문으로 나타났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2022년 장례문화 대국민 인식 조사」, 2022) 장사분야에 있어서도 전통적 절차와 형식에 대한 강조가 약화되고, 유족의 편의성이 우선시 되는 것이다.

 

3. 유골 안치 방법에 있어서도 편의성에 대한 선호가 확인되었다. 예컨대,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한번의 장사방식으로 영구히 종료되는 자연장(41.6%)과 산 바다 화장시설 내 유택동산 등에 뿌리는 산분(23%) 등을 합쳐 64.6%로 나타났고, 일정한 안치 기간이 끝나면 다시 유골의 처리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봉안(납골)시설 안치에 대한 선호는 35.3%로 낮아졌다.( 통계청, 「사회조사」, 2021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는데, 선호하는 장례방법에 대한 답변으로 매장(9.4%), 봉안(34.6%), 자연장(33.0%), 산골(22.3%)로 나타났다.)

 

4. 그러나 현실에서 화장 후 유골을 처리한 실제 방법은 이러한 선호와는 확연히 달랐다. 봉안당 안치(67.2%), 자연장(24.5%), 산 바다 화장시설 내 유택동산 등에 뿌리는 산분(8.2%) 순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도 지적했듯이 변화된 장사 수요에 대한 대응이 미흡한 결과로 볼 수 있다. 

 

5. 초고령사회의 특징은 단순히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인인구의 증가에 따라 75세 이상 후기 고령인구가 계속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정 시점을 지나게 되면 사망자 수의 급증을 경험하게 된다.

장래인구추계(통계청)

 

 2001년부터 2022년까지 불과 21년 사이에 전국 기준 화장률이 38.5%에서 91.7%까지 급격히 증가했다. 화장률이 계속 올라가고는 있었지만 2000년대 전반까지는 여전히 매장이 기존  일반적인 방식이고 화장은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매장방식보다 화장방식이 자주 선택되면서 급격히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더 일반적인 장사유형이 되었다.

2022년 화장로 수급 현황

 

화장률은 높아지고 있는데, 시 도별 화장로 수급 현황을 살펴보면, 이미 경기도의 화장로 수가 24.7%나 부족하고, 서울(15.8%), 부산(10.6%), 대구 (4.9%) 순서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6. 유족이 장례를 치르기 위하여 화장로를 이용하려면 일정을 예측하지 못 한 채 순서를 마냥 기다려야 하거나 멀리 떨어진 지역의 화장시설까지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이미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코로나19에 따른 사망자 급증의 결과 2022년 봄 화장대란을 겪은 경험이 있다. 결국 대다수의 유족들은 3일차 화장을 포기하고 장례 기간을 늘리거나, 다른 지역의 화장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도미노처럼 인접 지역으로 화장수요가 이동하면서, 전국적으로 3일차 화장률이 급격히 동반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7. 서울지역 거주자는 봉안시설을 이용하려면 경기지역의 법인 또는 종교단체 시설을 이용해야 하고, 부산지역 거주자는 경남지역 봉안시설을, 대구지역 거주자는 경북지역 봉안시설을 이용해야 함을 보여준다. 그런데 행정구역상 인접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이동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며, 절대다수의 봉안시설이 대중교통 미발달지역에 위치하다 보니 교통량이 몰리는 명절 기간 등 특정 시기에는 해당 시설을 방문하여 망자를 추모하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초고령사회에서 가족 등 의 정기적인 방문과 관리가 요구되는 장사유형은 결국 중장기적으로 선택이 제한되거나 축소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봉안시설을 확대하는 것은 초고령사회 대책으로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8. 제아무리 열심히 공설자연장지를 확보하려 해도 다사(多死) 사회현상에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수목장과 같은 자연장지를 기존의 묘지 개념으로 접근하면서 관련 수요를 계산하고 충분히 마련해 놓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장묘로 인해 자연장지의 취지는 본래 친환경성에 초점을 맞추고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에 있다 보니, 묘지나 봉안당을 비싼 나무들로 맞바꾼 것에 불과한 현행의 자연장 방식은 부적절해 보인다. 사설 수목장지는 분양 수익을 위해 작은 수목들을 밀식(密植)하기 때문에 수목이 병해충 등으로 말라 죽는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의 몫이 된다. 더구나 수목의 병해충에 빈번히 사용되는 농약은 친환경적이지도 않다. 국토를 계속 잠식해 나가고 환경을 훼손하는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최소한의 공간에 다수를 수목장하는 저렴한 방식이 일반화되는 방안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9. 2015년 12월 29일에는 2001년부터 실시된 한시적 매장제도가 분묘개장에 따른 국민의 반감 및 국민 불편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로 인해 분묘 설치기간을 15년에서 30년으로 확대하였고, 1회 연장할 수 있도록 하여 총 설치기간은 이 전처럼 최대 60년으로 두었다. 한편, 2023년 3월 28일에는 실제 가족이 존재함에도 고인의 시신 처리를 거절하여 무연고 시신으로 장례의식을 치러야 할 때, 고인의 가족이 아닌 자도 수행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하는 개정이 이루어졌다.

 

10. 국민들은 공설자연장지(71%)를 사설자연장지(29%) 보다 선호하지만, 공설자 연장지의 공급은 매우 제한적임을 앞서 확인하였다. 자연장 유형으로는 수목형 (54%)> 수목장림(26.3%)> 잔디형(10.3%)> 화초형(9.4%) 순서로 원하고 있지만, 공설자연장지는 잔디형 중심으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정부가 산분장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72.8%)이 반대의견 (27.2%)보다 훨씬 높았고, 연령이 높을수록 오히려 더 산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선호하는 산분의 장소는 장사시설 내 일정 구역(54.5%), 산 (46.6%), 바다(36.3%) 순서였는데, 바다(해양)장 등에 대한 법률 근거는 이제 막 마련되려 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생전에 가족과 죽음 및 장례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 는 의견이 90.9%로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장사방법을 연로한 부모 등 가족과 상의하는 것을 터부시 여겨왔지만, 원하는 장사 방법을 사전에 정해두어야 한다는 답변이 43.4%, 유언을 작성해야 한다는 답변이 23.5%에 이를 정도로 인식 변화가 드러났다.

 

장례방식, 장례서비스, 장례용품에 대해 사전에 결정해두는 사전장례의향서 제도 도입에 대해 찬성 비율도 66.8%로 높게 나타났고, 온라인 추모서비스에 대한 이용 의향은 43.8% 수준으로 확인되었다. 이때 온라인 추모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유로는 간편성(33.5%), 시간과 경제적인 이유(23.2%), 장거리로 인해 직접 방문이 어려움(21.4%)으로 나타나, 추모의 방식이 점차 더 편리한 방식으로 전환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하고 정리하는 것을 유도하고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법제 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와 회피가 아니라 인간에게 주어진 자연스러운 귀결로 받아들이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이 생애주기별로 이루어져야 한다. 죽음에 대한 안정적인 관점을 정립하고 긍정적인 인식을 세울 수 있도록 죽음 교육을 초등 및 중등 교육기관, 평생교육 기관 등 다양한 기관에서 제공할 수 있 도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때 일본의 엔딩 서포트(Ending Support) 프로그램처럼 지자체 차원에서 1 인 가구 초고령 노인들이 사전장례의향서 등을 작성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이를 관리하는 방안과 절차 등을 법률과 지자체 조례에 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한시적 매장제도란 분묘의 설치기한을 정해둔 것으로, 장사법 제19조(분묘의 설치기간)에 의하면 설치 기한은 30년이고, 1회에 한하여 30년 연장이 가능하다. 이 제도가 시행된 시점이 2001년 1월 13일이기 때문에, 2031년 1월 12일까지 약 7년 정도 기한이 남아 있다. 2022년 12월 말 기준 전국의 공원묘지에 매장된 분묘 수는 144만 2천 구인데, 설치기간 연장을 원치 않는다면 이 중 상당수는 향후 7년 내로 유족들이 개장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7년 후에는 불법 묘지가 된다. 당장의 불법성을 회피하기 위해 설치 기한을 연장한다면, 다시 30년이 연장되므로 후손의 고령화로 인해 관리가 지속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볼 때 분묘나 묘지 관련 설치 규정과 한시적 매장제도 기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고려되어 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형평성의 문제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공원묘지가 아닌 곳에 설치한 묘지 중에는 아예 설치 단계에서부터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실상 불법 묘지들이 다수지만, 전수조사가 안되니 일일이 불법으로 처벌하기도 어렵고, 한시적 매장제도의 적용도 피해갈 수 있게 된다. 반면, 공원묘지에 분묘를 적법 하게 마련했던 유족들은 한시적 매장제도로 인해 꼼짝없이 범법자로 전락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상당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기존의 매장 묘지나 봉안당 등 물리적인 표식에 대해 집착하는 인식과 태도를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 망자를 그리워하고 자주 방문하고자 하는 유족 등 시민들을 위해 기존의 물리적 공간을 대체할 시설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 망자의 목소리와 모습 등을 구현해내는 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추모 아카이브 등 새로운 추모의 방식과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참 씁씁하지만, 현실이므로 외면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내 부모님과 형제자매 그리고 내 장례와 장지에 대한 결정을 미루다면 무책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 후손들에게 알아서 하라는 것은 그들에게 동의를 구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올바른 해법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지금 아니면 곧 머지않아 닥치게 될 문제이므로 미리 검토하고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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