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3년 8월 3일 경기 서현역 인근에서 20대 남성이 차를 몰아 사람들에게 돌진하고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은 서울 신림동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2주 만에 발생 한 것으로 국민이 느끼는 공포감이 가중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8월 4일부터 10월 3일까지 2개월간 특별치안활동을 전개하면서 흉기 이용 강력 범죄자 681명을 검거하고 이 중 14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검거된 살인예고글 게시자는 301명 이었다.
2. 법무부장관은 ‘살인예고 글’ 게시자는 형사처벌뿐 아니라 민사책임까지 철저하게 물음으로써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지난 , 7월 “신림역 2번 출구에서 사람을 죽이겠다” 며 온라인에 살인예고 글을 올린 20대 남성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및 협박죄로 구속기소하고 4,3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긴급상황으로 오인하게 해 경찰 700여 명이 투입된 비용을 배상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이다. 이와 같이 흉기난동 사건 이후로 최근 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살인예고가 다수 발생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처벌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3. 형법은 범죄의 음모 또는 예비행위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않은 때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 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형법 제28조 음모 또는 예비를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음모 예비한 · 범죄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가치와 그 예비행위 또는 행위자의 위험성 때문에 미리 형벌권을 발동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형사정책적 근거에서 예비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 형법도 이러한 이유에서 보통살인죄 존속살해죄와 위계 위력에 의한 살인죄는 그 미수범을 벌할 뿐 아니라 그 이전 단계인 예비 음모도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다.
4. 예비( 豫備)란 범죄실행을 위한 준비행위로서 아직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않은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예비의 수단 방법에는 제한이 없고 이러한 의미에서 예비는 무한정·무정형하다고 할 수 있으나 단순히 , 범죄를 실현할 의사나 계획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실행행위를 가능하게 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준비행위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권총이나 칼을 교부하면서 사람을 살해하라고 하거나 행동자금을 교부하는 경우 또는 살해목적으로 사람을 고용하여 대가지급을 약속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예비는 구성요건을 직접 실현하지 않고 범죄실행을 위한 조건을 실행하는 것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예비는 단순한 행위계획을 초과하여 의도한 행위를 객관화할 것은 최소한으로 하고 실행하지 않을 것을 최대한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낫을 들고 피해자에게 다가서려고 하였으나 제 3자가 이를 제지하여 그 틈을 타서 피해자가 도망함으로써 살인의 목적을 이루지 못 한 경우 피고인이 낫을 들고 피해자에게 접근함으로써 살인의 실행행위에 착수하였다고 할 것 이므로 이는 살인미수에 해당한다.
5. 음모(陰謀)란 2인 이상의 사람 사이에 성립하는 범죄실행의 합의를 말한다. 따라서 합의를 이루지 않은 이상 단순한 범죄의사의 표명이나 교환으로는 음모라고 할 수 없다. 음모도 실행의 착수 이전의 개념이라는 점에서 예비와 동일하며 범죄수행에 대한 위험성의 정도도 예비와 본질적 차이가 없다.
간첩이, 간첩행동을 저해하는 자를 살해할 의도로 권총을 휴대하고 남하하였다 하더라도 살해대상인물이 결정되지 않은 이상 살인예비죄로 처단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 1959. 7. 11. 4292 154 ). 선고 형상 판결) 한편 살인예비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형법 제 255조에서 」 명문으로 요구하는 살인죄를 범할 목적 외에도 살인의 준비에 관한 고의가 있어야 한다.
흉기를 준비하거나 공범을 모집하여 자금을 지급하는 등의 구체적 준비행위 없이 단순히 살인을 하겠다는 글을 온라인에 게시한 것만으로 살인 예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6. 협박죄의 객체는 사람이다. 협박죄는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규정의 체계상 개인적 법익 특히, 사람의 자유에 대한 죄 중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판례에 따르면 상대방이 해악의 고지로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으나 이때에도 상대방이 해악의 고지의 의미를 인식할 것을 요하고, 협박죄가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협박의 객체는 해악의 고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 협박죄는 개인적 법익에 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협박행위에는 상대방의 존재가 전제로 되어야 하고 협박행위의 상대방을 전혀 특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형법 제283조의 」 협박죄는 협박의 개념상 해악을 고지하여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켜야 하는데 게시글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협박이 성립하는지 여부가 법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고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 대해 범죄를 예고하는 행위를 협박죄로 처벌한 대법원 판례를 찾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7. 위계(僞計)란 행위자가 어떠한 행위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이나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이나 수사과정 또는 관청의 인허가처분과 관련하여 허위진술, 허위기재 허위신고 또는 허위자료 제출 등의 행위가 있는 경우 반드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재판에서의 실체적 진실발견은 법관의 고유임무이고, 수사과정에서의 실체적 진실발견은 수사기관의 고유임무이며, 재판이나 수사절차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인으로서는 법적으로 진실만을 말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사자나 피고인이 법원에 대하여 허위 진술을 하거나 또는 수사기관에 대하여 피의자가 허위자백을 하거나 참고인이 허위진술을 한 것만으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피의자나 참고인이 피의자의 무고함을 증명할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허위의 증거를 조작하여 제출하였고 그 결과 수사기관이 그 진위에 관하여 나름대로 충실한 수사를 하였음에도 제출된 증거가 허위로 조작된 것임을 발견하지 못하여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될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위계에 의하여 수사기관의 수사행위를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으로써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 예컨대 ①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그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하여 타인의 혈액을 자신의 혈액인 것처럼 교통사고 조사 경찰관에게 제출하여 감정하도록 하거나 , ② 타인의 소변을 마치 자신의 소변인 것처럼 수사기관에 건네주어 필로폰 음성반응이 나오게 한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8. 현행법상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예고하는 행위를 직접적으로 규율 가능한 법률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국회에서는 이를 규율하려는 법률안이 여러 건 발의되었다.
9. 페이스북에 무차별 살인 예고를 게시한 사건에서 독일 , 법원은 페이스북에 살인 예고를 게시하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공공의 평화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나 공공의 평화를 방해하는 것은 독일 국민의 일반적인 우려가 있는 경우를 뜻하고 적어도 적지 않은 수의 국민의 우려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해석하에 해당 페이스북은 25~35명으로 구성된 소수의 지인들만이 읽을 수 있어서 공공의 평화를 방해하는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10. 결론. 형법의 보충성의 원칙의 측면에서 과연 이러한 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는지를 살펴야 할 것이다 범죄화를 통한 형법의 개입 형사제재의 활용은 타법이 그 보호의 기능을 실효적으로 발휘할 수 없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형법의 보충성의 원칙이라고 한다. 형법은 형벌이라는 가혹한 제재수단을 구사하므로 타법의 금지와 제재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여 법익을 보호할 수 있는 경우에는 형법은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따라서 과연 이러한 행위가 침해되는 법익과 비교할 때 과연 형법상 가벌성이 있는지, 기존 법률로도 문제되는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지 충분한 법리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를 규제하는 규정을 신설할 경우 그 적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할 것인지의 논의도 필요하다. 독일의 판례와 같이 일정한 수 이상이 위협을 느낄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범죄 성립을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 연방 법률 입법례와 같이 위협에 대한 상대방의 인식 여부를 불문하고 범죄 성립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 등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해외 입법례를 참고할 수는 있겠으나 우리나라의 법체계 및 당면하고 있는 법현실이 해외 다른 나라의 경우와 같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일률적으로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도입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023.08.07 - [업무 안내/민원 도움] - 살인예고와 살인예비죄(세상이 흉흉하다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