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설] 겨울과 이별하라는듯 내린 눈

2024년 2월 21일 밤부터 22일까지 내린 눈은 온 세상을 무겁게 덮었다.

오늘 휴대폰 가진 사람은 모두 사진작가가 되었고, 그들의 눈에는 암담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장관이 펼쳐졌다.

지난주에는 봄이 고개를 수줍게 내밀었는데 눈이라니.

아, 우리 곁에는 아직 겨울이 있었지!

이별을 앞둔 연인처럼

눈은 온 세상을 꼭 껴안았다.

이번이 아마 마지막이 되겠지만, 그동안 쌓인 추억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듯

새하얀 눈만 있는 듯 했는데

바닥에는 눈물이 잔득 고여 있었다.

눈을 치우려니까 눈물을 뚝 뚝 떨어뜨린다.

눈도 눈물도 차갑지 않다. 한 때는 뜨거웠었나 보다.

젊었던 시절 '이별'을 앞둔 그 때(병영시설 앞에서)

이별해야 하는 우리는 얼마나 서로에게 진심이었던가? 

그 때는 정확히 몰랐지만, 이제는 너무 선명하게 보인다. 

세월이 나를 지나가면서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이번에 내린 눈은 습기를 많이 머금은 '습설'이라고 한다.  

여기저기 피해를 입은 곳이 많았다. 

눈 내린 나무가지

가지 위에 내린 눈과 들판에 쌓인 눈은 아름다웠다. 

온 세상을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바꿔 놓았다.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소나무 가지는 힘겹게 늘어져 있다. 

비만 인간을 온몸으로 보여주듯이

쌓인 눈에 늘어진 소나무 가지

 

무거운 눈을 온 몸에 붙이고서도 당당하게 서 있는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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