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나라 음주문화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술을 사회생활을 잘 하는데 필수요인으로 여겨, 술 잘 마시는 것을 능력으로 인정할 뿐 아니라, 술 마시고 한 실수에 대해서는 관대한 태도를 취한다. 호의적인 음주문화는 과도한 음주행위로 종종 이어져, 음주가 증폭한 가정폭력과 해체, 성폭행과 성폭력 그리고 음주운전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적정 음주량’이라는 개념이 건강에 좋은 음주량을 의미하여 국제암연구기금에서도 남자는 하루 두 잔까지, 여자는 하루 한 잔까지 허용하였지만, 지금은 그런 허용 기준은 사라졌습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도 적정 음주량은 제로(0)라고 선언했습니다.
술이 건강에 나쁜 이유 중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술이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입니다. 국제암연구소에서는 술을 1군 발암물질이라고 발표했습니다. 1군이라는 의미는 인간에게 명백한 발암성이 입증되었다는 뜻입니다. 술은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식도암, 간암, 유방암, 대장암을 일으킵니다. 하루에 알코올 50 g을 마시는 경우 안 마시는 사람에 비해 유방암의 발생률이 5배 높아지고 대장암은 4배 높아집니다. 만약 흡연까지 한다면 알코올과 상승효과를 일으켜 암 발생 위험을 현저히 높입니다.
전 세계에서 약 20억 명의 성인이 주기적으로 술을 마시며, 평균적으로 하루 13g의 알코올을 섭취합니다(술 한 잔가량). 현재 우리나라 음주 인구는 2천 5백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21년에 연간 7.7L로 OECD 평균 8.6L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성인 중 남성 70.5%, 여성 51.2%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음주를 합니다. 이 중 고위험 음주 유형이 14%를 차지하는데, 남자가 여자보다 3배 이상 높습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술의 해로움은 가격이 비싸든 싸든, 종류가 막걸리든 포도주든 상관없이 마시는 순수 알코올의 양에 비례합니다. 따라서 진실은 간단합니다. 많이 마실수록 해롭습니다.
2. 남성은 1회 평균 음주량 7잔 이상, 여성은 5잔 이상이면서 주 2회 이상 음주한 경우를, 고위험 음주 비율로 측정하였다. 조사결과, 여성 고위험 음주 비율이 2013년 5.4%, 2014년 6.6%, 2015년 5.8%로 조사되었으며, 남성 고위험 음주 비율은 2013년 19.7%, 2014년 20.7% 그리고 2015년에는 20.8%로 보고되었다(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2015).
3. 음주 빈도는 남성이 더 높게 나타나지만, 여성은 타인의 시선에 사로잡혀 조기 대처를 놓치고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시킬 위험이 크다. 여성은 남성보다 체지방률이 높고 알코올분해효소가 낮아 더 높은 혈중알코올농도를 가지며, 남성보다 동일 음주량에 대한 신체 합병증과 중독도 취약하다. 여성은 소화기계통 기관이 약해 간질환에 쉽게 노출되며, 매일 4잔 술을 마시는 여성의 경우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40% 증가한다. 여성의 음주는 인지 기능 손상, 심장병, 골다공증과 골반골절로도 이어질 수 있다.
4. 음주문제는 정신질환의 원인으로 정신건강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자기-치료 가설은 음주가 스트레스, 우울,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치료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때, 자아존중감은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야기할 수 있는 사회환경의 다양한 요인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회복하는 수단이 된다.
5. 알코올 중독을 본능과 충동으로 설명했던 기존관점에서 벗어나 자아존중감 및 자기구조 결함으로 설명한 이론으로는 감정조절이론이 있다. 감정조절이론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데 도움 받을 수 있는 자기 대상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한다. 감정조절이론에 따르면, 감정조절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본인의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니코틴, 코카인, 알코올과 같은 중독물질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선택한다. 이때,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정서중심적인 대처보다 문제중심적인 대처가 가능하여 감정혼란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6. 자아존중감이 문제성 음주에 미치는 영향은 생물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자아존중감은 통제에 필요한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과 같은 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호르몬은 음주 절제를 위한 동기부여 뿐 아니라, 지속에도 관여한다. 자아존중감은 집중과 이성적인 생각 및 정서조절에 관여하는 전두엽피질 역할 유지에도 관여하며,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편도체 활성화를 억압하여 반사적 음주행위가 나타나지 않도록 한다.
생물학적인 관점 외에 자아존중감은 사회적 측면에서도 문제음주 보호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음주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다. 자아존중감은 다양한 관계를 건강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데, 이는 자아존중감이 주요한 타인과의 관계 뿐 아니라 나와 자신과의 긍정적인 관계 안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나와 스스로와의 관계를 존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인도 존중할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임을 예측할 수 있는데, Omstein(1981)은 자신이 독립적인 자주성을 유지할 때, 타인의 자주성도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행연구에서도 자아존중감이 낮은 경우, 인간관계에서 발생한 부정적인 정서를 스스로 통제하는데 실패하여, 음주에 의존해 해결함을 보여주었다(김지훈, 강욱모, 2016; Dehart et al., 2009).
7. 여성과 남성의 상이한 음주동기는 자아존중감과 문제음주와의 관계에서 성별을 고려해야함을 시사한다. 보다 많은 남성이 사교적 욕구로, 여성은 부정적 감정 해소를 위한 대처동기로 술을 마신다. 한 선행연구는 사교동기나 기분고양 동기를 위한 음주는 정신건강과 관계가 없지만, 대처동기는 정신건강과 밀접히 연관됨을 제시하였다. 여성의 문제음주는 전 연령대에서 우울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특히, 적절한 음주는 부정적 감정보다 재미나 사교적 동기로 발생하는 반면, 문제성 음주는 스트레스와 낮은 자존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성별 간 다른 음주동기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의 차등적인 성역할은, 성별에 따른 자아존중감과 문제음주와의 관계를 다르게 한다. 남성은 음주를 남성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겨, 음주를 통해 쾌락을 추구하는 경향을 가진다.
여성은 배우자나 교제하는 사람을 통해 음주행위를 시작하거나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성가구주의 문제성 음주가 증가할수록 여성배우자의 문제성 음주도 함께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8. 여성과 남성의 심리적 특성도 자아존중감이 문제음주에 미치는 영향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가령, 에스트로겐은 민감성을 높여 여성을 부정적 감정에 취약하게 한다. 반면,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은 민감성을 낮춰, 남성이 부정적 감정에 보다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나라는 남성에게 독립적이고 성취지향적이며 활동적인 면모를, 여성에게는 온화함 및 민감성과 같은 정적인 특성을 요구한다. 이에 남성은 자아존중감과 같은 활동적인 정신건강에 여성은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정신건강에 더 민감히 반응한다. 기존연구는 사회에서 남성에게 강조하는 주도성과 같은 특질이 보다 자아존중감 특성과 일치하기 때문에, 남성의 자아존중감이 여성보다 전 연령대에서 높게 나타남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여성의 높은 민감성이 반드시 더 높은 문제음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남성이 보다 음주를 부정적 상황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찾기 때문이다.
즉, 여성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보다 내면화하도록 학습한 반면, 남성은 표출하도록 학습 받았다. 이로인해 여성은 부정적인 상황을 내면화하여 불안과 우울로 발전시키는 반면, 남성은 보다 표출적인 성격 이상과 약물 및 알코올 남용 특성을 나타낸다.
9. 중장년은 자녀 출가, 은퇴, 부모의 죽음 때론 배우자 사별에 이르기까지 기존에 수행하던 사회 역할이 축소한다. 이와 같은 중년기 특성을 중년의 위기라고 표현한다. 즉, 중・장년기에는 경제 및 사회 위기와 같은 혼란 상황이 자아존중감과 상호작용하여, 위기상황에 대한 돌파구로 음주행위가 이뤄진다. 결혼생활과 양육은 중년기 때 위기 상황에 놓이지만, 동시에 목적의식 및 책임의식을 부여하여 흡연 및 음주와 같은 부정적인 건강행위 통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선행연구에서도 중년기 여성이 놓인 가정에서의 역할축소 및 불안정감과 정체성 문제는 음주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더불어 전업주부인 중년여성은 인생이 남편과 자녀 양육만이 전부였기에, 허탈감과 ‘공허한 둥우리 증상’을 경험하여 문제음주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직장생활을 하는 중년여성은 직장과 가정생활 양립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로 음주를 할 수 있다. 중년남성의 실직으로 인한 경제위기도 고위험음주 요인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소득과 음주율이 비례하게 나타나지만, 고위험 음주와 음주로 인한 사망은 모두 저소득층에서 더 높게 발생한다(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2015).
10. 2016년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통계를 바탕으로 인구비례할당 기법을 사용해 2000명을 추출해 조사한 결과, 여성은 주로 친목관계인 사람들과의 음주가 빈번한 반면, 남성은 공적인 관계 사람들과의 음주가 보다 빈번하였다. 구체적으로, 음주 동반자를 조사한 결과, 남성은 주요 음주 동반자로 친구(30.95%), 회사 동료(21.61%), 혼자(15.80%) 순으로 응답한 반면, 여성은 친구(27.44%), 배우자(18.73%), 형제・자매(15.37%), 회사동료(14.41%)로 답하여, 회사동료보다 친구 및 가족과 음주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 초기에는 사교 및 사회적인 비난을 의식하는 음주행위가 두드러지며 남성청년보다 여성청년의 음주 거절을 보다 관대히 받아들이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여성청년의 경우 보다 음주에 대한 자기의사 표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아존중감이 문제음주에 미치는 영향이 남성청년과는 달리 유의미하게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즉, 남성이 보다 술 거부에 대한 엄격한 사회적인 시선과 더불어, 공적인 관계 사람들과의 음주가 빈번히 이뤄지기 때문에 남성음주는 자아존중감과 같은 개인적 요인보단, 사회적 원인으로 파악된다. 더불어 여성에게는 체형과 종교와 같은 개인적인 요인이 음주의 주요 절제요인으로 나타난다. 즉, 남성보다 여성의 음주와 절주가 자율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자아존중감이 여성 음주를 통제하는데 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예측된다.
10. 자아존중감이 문제음주에 미치는 영향이 여성청년보다 남성중장년에게더 강하게 나타났다. 여성청년과 달리 남성중장년의 문제성 음주는 오랜 시기를 거쳐 이미 습관화가 된 경우가 많아 자아존중감이 보호요인으로 요구된다.
연구결과, 자아존중감이 문제음주에 미치는 영향이 남성청년과 여성중장년에게는 유의미하지 않았지만, 남성중장년과 여성청년에게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는 점을 토대로 남성중장년과 여성청년에게 특성화된 자아존중감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회사, 학교 및 사회복지관과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에서 남성중장년과 여성청년 집단 성격에 특성화한 자아존중감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질 필요가 있다. 가령, 다른 집단보다 여성청년에게 중시되는 외모와 대인관계에서의 민감성, 일과 가정생활 양립, 출산과 같은 역할에서 여성청년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 자아존중감을 건강히 발달시킬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남성중장년은 무엇보다 경제적 압박, 가장으로서의 책임, 자녀출가, 배우자와의 관계 안에서 자아존중감을 바람직하게 형성할 수 있도록 조력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