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축구]손흥민-이강인과 클린스만-축협, 대한민국의 갈등요소를 다 담았다

지난 2023 AFC 아시안컵 카타르 기간 중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 손흥민과 선수 이강인을 포함한 일부 선수 사이에 생긴 폭행 및 불화와 관련 영국매체(The sun)의 보도(2024.2.14)로 시작된 일명 '핑퐁게이트' 사건은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로 일단락되는 듯한 모습입니다. 

2024.2.21일 이강인이 런던으로 손흥민을 찾아가 사과한 후 찍은 사진. /손흥민 인스타그램

 

이 사건은 한국사회가 가진 갈등요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1. 먼저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이다. 한국은 나이와 상하관계에 민감하다. 이강인이 2024년 2월 21일 손흥민을 찾아가 사과했다고 보도되었지만, 이강인을 향한 축구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바로, 조직에서 넘지 않아야 할 선으로 여겼던 "하극상"을 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평론가 A씨는 “단합과 위계 질서, 인화를 중시하는 기성세대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강인의 행동을 조직의 근간, 한국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 신호로 본 것”이라고 했다. 퇴출, 배제, 강제 입대(?) 같은 과격한 말이 나오는 이유다. A씨는 “전통적 조직 문화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최근 개인주의와 합리, 효율을 내세우는 MZ세대와 충돌하면서 분노와 혼란스러움을 겪고 있는데, ‘탁구 게이트’는 이들이 조직생활에서 겪는 분노와 혼돈의 경험과 거의 맞아떨어진다”며 “이렇게 예민한 부분을 이강인이 제대로 건드렸으니 더 괘씸하게 볼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평론가 B씨는 “능력 못지않게 태도가 중요한데 이강인의 태도는 국민이 대표팀에 기대하는 상징성, 애국심과도 동떨어져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시안컵에 진중하게 임한 고참 선수들과 달리, 이강인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에게는 그런 간절함과 진지함이 보이지 않은 것도 국민을 분노케 했다는 것. 한 30대 직장인은 “예전에 대표팀에서 부진한 선수는 ‘국민께 죄송하다, 다음 경기에서 분발하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일부 젊은 선수들이 ‘팬들이 비난해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는 식의 인터뷰를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2.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감정은 모든 국민들을 단합시키고, 하나된 대한민국을 완성시킨다. 감독이 자기 할 일은 하지도 않고 아시안컵 한국축구를 망친 것은 물론이고, 게임에 지고 나서도 반성이나 결기가 보이지 않고 미소만 보이는 능글능글함, 그리고 그렇게 많은 연봉을 챙기면서 미국땅에서 살다시피 하는 등 못된 놈의 표상이 되었다. 한국사회에서 무능한 지도자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직장에서 무능한 상사를 대놓고 욕할 수 없으니까, 클린스만을 욕하는 심리도 있을 것이다. 

축구 팬 사이에선 “애초에 ‘탁구 게이트’가 영국 황색언론에 흘러들어간 것도 클린스만 감독이 자신의 실패를 면피하기 위해 공작한 거 아니냐”는 의심이 어느덧 확신으로 변해가고 있다.

무능한 상사의 가장 큰 죄악은 ‘스스로 유능하다고 믿는 것’. 뻔뻔하게 월드컵 예선을 계속 치르겠다고 장담하다 결국 임기를 1년도 못 넘기고 경질됐다. 그는 떠났지만 국민은 여전히 화를 낸다. 대형 사고를 쳐놓고 위약금으로만 100억 원을 챙겨간다니. “도대체 이런 무능한 감독을 데려온 게 누구야? 당장 나와!”

 

3. 축구협회의 문제는 들춰내기도 전에 답답하다. 2013년부터 한국축구조직의 수장으로 등극한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은 클린스만을 경질하는 날 언론에 모습을 드러낼 뿐 아무런 책임도 대책도 없는 모습이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정몽규가 혼자 결정했다는 것인데 여기에 대한 설명도 없다.

또  2023년 3월 28일 2011년 K리스 승부조작으로 축구계에서 제명된 48인 포함 축구인 100명을 전격 사면해버렸다. 명목상으로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100명에게 충분히 자숙했다고 판단하고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고 하지만, 100명 중 승부조작 관련 인물이 48명 사실상 절대다수였다고 한다.  

축구협회장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국민의 사랑을 받는 거대한 조직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문제도 크다.

축구 팬들 사이에선 “꼬리 자르기, 책임 회피만 급급한 무능한 회사를 보는 것 같다”는 분노가 타오른다. 평론가들은 “리더십 부재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김헌식 평론가는 “탁구 게이트를 책임지고 수습·정리해야 하는 주체는 협회인데, 아무도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리더가 책임은 지지 않고 암암리에 결정하며 결실은 독차지하려는 악습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리더십 부재가 낯 뜨겁게 드러난 장면”이라고 했다.

 

한국 축구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한국사회의 애증 관계를 여과없이 보여준 사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능한 직장상사를 욕할 수 없고, 무책임한 회사를 대놓고 탓할 수 없으면,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포장하여 속 시원하게 욕해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2024.02.16 - [분류 전체보기] - [카타르 아시안컵 축구] 손흥민 부상, 도대체 뭔일이 있었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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