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6.5.]
안 잡나 못 잡나… 쌀값 미스터리
1. 2024년 6월 4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쌀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7% 올랐다. 4월(4.5%)보다 상승 폭이 커진 것이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월 2.9%에서 지난달 2.7%로 둔화되면서 물가가 안정 조짐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남아돌아서 걱정이라는 쌀값은 고공 행진하고 있다. 쌀 소비자물가는 작년 7월(0.4%)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5월25일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20㎏들이 한포대에 4만7179원으로 전순기보다 0.4% 떨어졌다. 80㎏들이로 환산하면 18만8716원이다. 지난해 수확기(10∼12월) 평균 80㎏들이 한가마당 20만2797원이었던 산지 쌀값은 5월15일(18만9488원) 18만원대까지 주저앉은 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문제는 5월5·15·25일 쌀값 낙폭이 0.2%·0.3%·0.4%로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농민신문, 2024.6.2. 쌀값 하락 이어지는데 추가 대책 ‘감감무소식’)
2. 4일 한 대형 마트에서 ‘임금님표 이천쌀 특등급(10㎏)’ 판매가는 4만9900원으로 작년 6월 4일(4만5900원)보다 8.7% 올랐다. 하지만 대형 마트 등 유통사들이 산지에서 쌀을 들여오면서 내는 산지 가격은 하락세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수확기 당시 쌀 한 가마니(80㎏) 가격은 20만원 안팎이었다가 이달 들어 19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쌀 공급이 농협에 몰려 있는데, 재고 부담이 커진 농협이 저가에 쌀을 내놓다 보니 가격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확기 민간업체가 벼 매입을 미루면서 역대 최대치 물량(200만1000t·이하 쌀 환산량 기준)을 매입한 농협은 막대한 재고 부담을 호소한다. 쌀값 하락에 대한 기대감과 쌀 소비부진 등으로 민간업체와의 조곡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고가 쌓여 있는 상황이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4월말 기준 농협 재고는 82만7000t으로 전년 같은 기간(59만2000t)보다 39.7% 많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9월말 농협 재고 물량은 평년 대비 15만t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쌀값이 계속 떨어져 단경기 역계절진폭이 발생하면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등의 막대한 경영 적자가 불가피하다. 농협RPC 관계자는 “농협은 2022∼2023년에도 역계절진폭으로 큰 손실을 본 만큼 올해도 쌀값 하락으로 적자가 커지면 올 수확기 농가 물량을 적정한 가격에 매입할 재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농민신문, 2024.6.2.)
3. 산지 쌀값은 떨어지는데 소매가는 오르는 기현상의 원인으로 정부는 일부 대형 마트의 ‘유통 마진’을 지목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2년에 수확한 쌀 소비자가격에서 69.1%는 농가 몫이고, 나머지가 유통 업체 비용과 이익이다. 쌀을 농가에서 사들여 도정·가공·포장한 RPC(미곡 종합 처리장) 등이 14.6%, 이들에게서 쌀을 대량으로 사들인 도매상과 대형 마트 등 소매상의 몫이 각각 5.2%, 11.1%였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유통 업체들이 인건비와 공공요금 등 비용 증가분을 가격에 반영하면서 마진도 높인 것으로 보인다”며 “쌀값의 10%대였던 유통 업체의 쌀 마진율이 지금은 15%를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4. 2024년 5월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이 통과돼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그 후속 대책에 쌀값 안정 추가 대책을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고 폐기되면서 쌀값 대책 발표 시기는 다시 오리무중 상태에 빠졌다.
문병완 농협RPC전국협의회장(전남 보성농협 조합장)은 “‘양곡법·농안법 개정안’에 대한 정쟁 속에 정작 쌀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쌀값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며 “농협이 몇년간 쌓인 막대한 적자에도 농가를 위해 지난해 최대 물량을 매입할 때 정부는 사후 격리를 언급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24.04.19 - [일상과 생각] - 농산물(사과) 판매가격의 절반은 유통비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