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력으로 2025년 새해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우리에게는 옛 음력 설이 다가옵니다.
신년 새해는 업무위주로 공적인 면이 강하다면 음력 설인 구정은 가정을 중심으로 사적인 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지요.
공식적인 업무보다 사적인 자리와 관계에서 누려야할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부담스러워 스트레스를 미리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두려움과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설날의 의미와 차례 그리고 예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설날은 옛 우리말 낯설다에서 온 말이라고 합니다. 올해 "2025년"이라는 말도 아직 낯설잖아요. 년월일을 쓸 때 2024를 쓰다가 고치는 일이 앞으로도 몇 번 있을 것 같은데요. 낯선 것에 대해 두려움과 조심스런 마음으로 의식을 지내는 것에서 설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일리가 있는 설명이지요.
예전에 '설'은 하루가 아니고 정월 초 하루부터 보름까지의 기간이었다고 합니다. 뭔가에 익숙해지려면 단 하루만로는 부족하고 15일 정도돼야 할 것 같깉 해요. 그래서 설 인사는 정월 대보름까지는 해도 된다고 하니, 인사드리지 못한 분들에게도 천천히 인사드릴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기제사는 기일의 전날 자정에 지낸다. 제주는 집안을 정돈하고 준비가 끝나면 저녁에 밤을 치고 떡을 괸다. 떡 높이는 5불, 7불, 9불로 쌓고 많으면 25불로 괴기도 한다. 기제사에는 보통 9불로 괸다.
2. 설날인데 왜 제사를 지내야 하나요? 엄밀하게 말하면 설날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아니지요. 정식 제사가 아니라 약식 제사라고 합니다. "떡 본김에 제사지낸다"는 말도 있잖아요. 설날이라는 명절을 맞이해 좋은 음식을 만들었는데 자손이 먼저 먹을 수 없으니, 돌아가신 어르신(조상)에게 먼저 드시라고 인사드리고 나서 후손들이 음식을 즐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설날에는 떡국 위주로, 추석에는 송편과 햇곡식으로 약식 제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차례 때 거의 차를 올리지 않지만, 밀양의 일직 손씨 종가에서는 옛날에 차를 올렸다. 또한 민간명절을 가리키는 속절(俗節)에는 사당에 모신 조상께 시절음식을 올린다고 했다. 이런 두 가지 약식 제사가 한국의 명절 차례로 정착된 셈이다.
차례는 우선 모시는 조상의 범위가 기제사와 다르다.
기제사는 집안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돌아가신 조상, 혹은 돌아가신 조상 부부를 모시는 제사이다. 그러나 차례는 기본적으로 4대 봉사를 하는 집에서는 고조부모까지에 이르는 조상을 모두 모시는 의례다.
또한 기제사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 가장 이른 시간에 지내는데, 차례는 아침에 지내는 의례다. 기제사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 모든 것에 우선해서 조상을 받들어 모신다는 의미로 하루가 시작되는 자시(子時)에 지냈다. 물론 자시는 한밤중이라서 조상신이 활동하는 시간이라는 뜻도 있다. 지극히 조상을 우선해서, 조상을 중심에 두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차례를 아침에 지내는 것은 즐겁게 먹고 노는 명절을 맞이해 조상에게 먼저 음식을 올려서 예를 표하는 의미다. 결국 차례의 시간은 살아있는 후손들이 즐겁게 활동하는 시간을 의식한 결과라 하겠다.
이밖에도 기제사에서는 축문을 읽지만 차례에서는 축문을 읽지 않고, 기제사에서는 삼헌(三獻)이라 하여 세 사람이 각기 술을 한잔씩 올리지만 차례에서는 단헌(單獻)이라 하여 한 사람이 한잔 술만 올린다. 차례가 약식 제사라고 평가되는 근거이기도 하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설날과 설 차례의 의미
제사와 차례가 다른 점
기제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인 기일에 지내는 제사로, 자정인 자시에 지냅니다. 제사 대상은 고인의 맏아들이나 맏손자인 제주를 기준으로 4대 즉 고조까지가 이상적입니다.
차례는 설날과 추석 같은 명절에 종손 집에서 그 집의 4대조까지 해당하는 조상에 지내는 제사입니다. 사당이 있으면 사당에서 지내고 일반 가정에서는 대청마루나 안방에서 지내며, 차리는 음식은 설에 떡국, 추석에 송편 등을 마련합니다.
시제는 음력 3월 무렵의 한식 또는 10월에 5대조 이상의 묘소에서 지내는 제사입니다. 정기적으로 묘제를 지낸다고 하여 시사, 시향이라고도 하며, 일 년에 한 번 제사를 모신다고 하여 세일제, 세일사라고도 합니다.
1. 차례는 설날과 추석 같은 명절에 지내는 것이고, 기제는 조상, 부모의 돌아가신 날에 지냅니다.
2. 차례는 명절 음식(송편, 떡국 등)을 중심으로 올리고, 시제와 기제에는 밥과 국을 올립니다.
3. 차례는 약식이므로 한 번만 술을 올리고(단, 첨잔을 할 수 있습니다), 축문을 읽지 않습니다.
시제와 기제는 반드시 세 번 술을 올리고 축문을 읽습니다.
3. 설날 차례상 준비하기
설날 차례상은 지방과 가정의 전통에 따라 다릅니다. 그렇지만 대체로 공통적인 부분이 있고 권위있는 기관에서 제시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매년 언론에서는 명문가의 상차림과 성균관에서 제시하는 권고안을 통해 허례허식을 줄이고 명절 음식 부담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성균관에서 2024년 2월에 제시한 표준 차례상을 살펴보겠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보여주는 전통 차례상과 비교해보면 가장 큰 차이점이 3열이냐 5열이냐 하는 것이 되겠습니다. 상차림이라는 것이 기본은 사람이 밥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밥과 국 그리고 수저와 술잔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합당합니다. 그 다음에는 귀하고 맛난 반찬 순서이겠고(기름기 많은 고기반찬인 전과 탕이 더 가까운 곳에 그리고 나물반찬 순으로), 시간순서에 따라 과일은 밥을 먹은 다음 후식으로 먹기 때문에 가장 바깥쪽에 위치합니다.
성균관에서 제시한 표준안을 보면,
제1열은 밥과 국(떡국) 수저로 변함이 없습니다.
제2열이 말고 많고 손이 많이 가는 전과 떡인데 이것을 과감하게 생략했습니다.
제3열이 육탕과 어탕인데 이것도 생략했습니다.
제4열은 나물과 김치인데 이건 평상시 준비된 반찬이므로 포함되어있고
제5열 과일과 과자는 손이 많이 가지 않는 것이므로 가정의 전통에 따라 상차림하도록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해서 5열을 3열로 줄여 권고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성균관에서 제시한 표준안에 추가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건 술(차)이 될 것입니다. 아무래도 차례를 지내는 절차와 순서를 생각해보면 술(차)을 생략하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인 차례상을 제시한다면 아래와 같이 제3열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신위(영정사진)
제1열 수저, 술잔, 떡국
제2열 나물, 전, 탕, 식혜
제3열 대추, 밤, 감, 사과 등 과일
* 하단에 술(청주)과 술잔, 퇴주그릇(필요시 향을 피울 수 있는 향로와 모사그릇)
제사 음식으로 털이 있는 복숭아, '치'자로 끝나는 생선을 기피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과거에는 마늘과 고추를 쓰지 않았던 풍습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않는 가정도 많습니다.
4. 차례 지내는 순서
제사지내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먼저죠.
물리적인 환경은 대문과 마루 그리고 제사지내는 장소에 이르는 공간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간단한 청소를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과거에 대문을 열어놓고 마루 천정에 거미줄을 치우는 것으로 마음을 정결하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병풍이 있으면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차례를 지내는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더불어 사회자가 행사 진행 순서와 참석자 모두에게 설명하는 안내 "멘트"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1. 영신과 강신("지금부터 설날 차례를 시작하겠습니다")
- 대문을 열어 놓는다.
- 제주(장자 또는 장손)가 신위 앞으로 나아가 무릅을 끓고 앉아 향을 피웁니다.
- 집사자(도우미)가 술을 따라주면
제주가 향불 위에서 세 번 돌린 다음, 모사그릇에 3번 나누어 붓고 집사자에게 빈 잔을 건네주고 두 번 절합니다.
2. 참신("2025년 설날을 맞이하여 조상님들께 모두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 모든 참석자가 조상님께 인사를 드립니다.(두 번 절합니다)
3. 초헌("장남인 제주 000이 조상님들께 술을 올려드리겠습니다")
- 제주가 술잔을 올리는 의식입니다.(술 대신 녹차 또는 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 술잔은 차례상의 중앙 또는 위패(사진) 앞에 올립니다.
- 술잔은 오른손으로 들고 왼손은 술잔 아래를 받칩니다.
- 집사자가 술을 따르면, 잔을 두손으로 들고 상 위에 놓는데 잔이 심하게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 술잔을 올리고 나면 고개를 숙이고 잠깐 묵념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술 잔을 상 위에 놓을 때 잠시 멈추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는 조상님께 마음을 전하는 시간입니다.
* 술잔을 따르는 사람도 한 손으로 따르지 않고, 두 손으로 정성스럽게 따릅니다.
술병(주전자)을 오른손으로 잡고 왼손으로 병 아랫부분을 받쳐 듭니다.
- 집사는 잔을 떡국 앞에 놓고 제물 위에 젓가락을 올립니다.
4. 아헌(참석자가 수 십명 이상 많지 않을 때 생략할 수 있습니다)
- 두 번째 술잔을 올립니다. 주로 주부나 근친자가 담당합니다.
5. 종헌(생략할 수 있습니다)
- 세 번째이자 마지막 술잔을 올립니다.
6. 첨작(생략할 수 있습니다)
- 종헌 드린 잔에 다시 술을 가득 채웁니다.
7. 삽시정저("차례음식은 4째인 000이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소찬이지만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니 맛있게 드시고 흡족한 마음으로 올 한해를 무탈하게 지내도록 굽어 살펴주십시요")
- 떡국에 숟가락을 담그고 시접 위에 젓가락을 걸칩니다.
- 삽시 정저가 끝나면 제주는 두 번, 주부는 네 번 절한다.
8. 합문("조상님들께서 음식을 편하게 드시도록 자손들은 잠시 자리를 비워드리겠습니다")
- 참석자들이 방에서 나와 문을 닫거나 뜰 아래로 내려와 3-4분간 기다립니다.
9. 계문
- 제주가 기침을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10. 철시복반(올해는 모든 자손들에게 중요한 해입니다. 조상님들의 사랑과 자손들의 노력으로 모두가 건강하고 복된 새해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
- 떡국 그릇에 놓인 수저를 제자리에 놓습니다.
11. 사신("이 자리에 모인 모든 자손들이 조상님들께 배웅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 참석자 모두가 신위 앞에 두 번 절하여 조상님을 배웅합니다.
12. 철상
- 차례 음식과 도구를 뒤에서부터 거두어 정리합니다.
13. 음복
- 가족들이 함께 차례 음식을 나누어 먹습니다.
## 주의사항
- 최근에는 간소화 추세에 따라 절차가 간략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순서와 절차를 따라 차례를 지내면 조상님을 정성껏 모시고 가족 간의 화합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