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의사집단행동에 대한 최고 수위의 압박카드는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의사단체는 오히려 '의사면허를 취소'하려면 해보라고 배짱이다.
알고 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의사들은 모두 배짱이 두둑해서가 아니었다.
의사는 자신들의 의사면허를 박탈하기 어렵다고 굳게 믿는다. 지금까지 정부와 의사단체의 갈등에서 모두 의사들이 승리를 했기에 더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의료법에서도 의사면허를 취소하려면, 의료법으로 금고이상 형을 받거나 의사면허 불법대여(통상 사무장병원이 의사면허를 내세워 개업)하거나 면허정지 기간 중 불법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한다. 의사면허 취소는 매우 좁은문인 것이다. 다행히 2023년 11월 면허 취소 사유를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로 바꾸었다고 한다.
의사면허가 취소되어도 3년 뒤에 재교부 신청을 하면 다시 의사면허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더 놀랍다.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다시 교부한다는 것이다.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되더라도 반성하면 다시 운전면허 줘야 할 것 같다.
의료법 65조에는 ‘면허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改悛)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고 대통령령으로 정한 40시간 이상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에는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다’고 돼있다. 형법에서도 사라진 표현인 ‘개전의 정’, 쉽게 말해 반성하고 있으면 면허를 다시 준다. 금고 이상 실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면허가 취소됐더라도 집행을 마쳤으면 취소일로부터 3년 뒤엔 재교부를 신청할 수 있다.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면허를 취득한 경우에만 재교부할 수 없게 돼 있다. (중앙일보)
의사면허를 의사들이 관리하겠다고 정부에 요구한다. 의사면허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한의사면허관리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운전면허를 관리하기 위해 운전면허증 소지자들이 운전면허관리원을 만들겠다면 받아들이겠는가? 정말 의사들은 특권의식이 깊이 박혀있는 것 같다.
상황이 이러니, 멀쩡하게 대기업 다니던 사람이 다시 의사 되겠다고 입시를 준비한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 같다.
정부와 이번 의사집단행동의 갈등이 해결되면, 의사단체는 정부에 모든 의사들의 면허취소를 취소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고, 정부는 이것을 들어줄 가능성이 많다. 10년간 어렵게 취득한 의사 기술을 썩히기 아깝다는 감정적 호소와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화해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득할 것이다.
불사조 면허를 가진 의사들이 배짱을 부리는 이유를 알고보니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 정부가 뭐라고 엄포를 놓더라도 움찔하지 않고 3년만 쉬어도 다시 주는데 뭘 걱정하겠는가?
개전의 정이란?
구 형법 (법률 제17511호)
제59조(선고유예의 요건) ①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에는 그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
제72조(가석방의 요건) ①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자가 그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에는 무기에 있어서는 20년, 유기에 있어서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
현행 형법 (2021년 12월 9일 시행, 법률 제17571호)
제59조(선고유예의 요건) ①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고려하여 뉘우치는 정상이 뚜렷할 때에는 그 형의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
제72조(가석방의 요건) ① 징역이나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이 행상(行狀)이 양호하여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
주로 법률용어로서 "개전의 정(情)", "개전의 정상(情狀)"처럼 쓰였다. 어려운 법률용어라는 지적이 있어왔고 결국 2020년 형법이 개정되어 2021년 12월 9일 시행 형법부터는 "뉘우침"으로 수정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예컨대 의료법 등에는 이 표현이 남아있다,
"개전의 정"은 일본식 표현이지만 '개전' 자체는 일본식 한자어는 아니다. 순서만 바뀐, 같은 뜻의 전개(悛改)라는 말은 한자문화권에서 널리 쓰였으며 후한서를 비롯해 국내외 고전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 조선왕조실록의 원문(한문) 기준으로도 전개(悛改)는 91회, 개전(改悛)은 5회 사용되었다. 한자어에서 이렇게 순서만 바꿔 쓰는 일은 흔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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