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없는 집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 정말 TV를 없애도 될까?
그럴만한 이유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 나는 특별한 이유 없이 그렇게 할 만한 용기가 없다. 다만, 거실에서 TV를 없애는 것은 고려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TV 때문에 거실공간이 망가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KBS TV 수신료 징수액이 2022년 6934억원에서 올해 4440억 원으로 3분의 1이나 감소했다.
TV판매량이 해마다 줄고 있는데 최근 25년 만의 최저치로 내려 앉았다.
10여 년 전부터 서울 목동과 대치동을 중심으로 '학군지 인테리어'에서 TV 없는 집이 시작되었다. (조선일보)
나는 왜 거실에서 TV를 빼려고 할까?
그것은 거실 공간이 왜곡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실은 옛날부터 거주하던 한옥을 기준으로 보면, 마당과 같다. 마루도 지금의 거실과 같은 기능을 한다. 거실은 각 방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놀고 필요한 일을 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실에서 TV가 가장 큰 벽면을 차지하면, 맞은 편은 당연히 소파가 위치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한쪽은 창문이 될 것이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아파트나 단독주택의 거의 모든 집안구조가 같아진다.
TV앞 소파에서 앉아있다 반쯤 누워있다가 옆으로 드러눕게 된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편하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그렇게 생활해 보니,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가족이 모여서 TV를 보는 것도 잠깐이면 모를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서로 말이 없어지고 tv에 집중하거나 멀어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가족 사이가 멀어진다.
거실에 TV만 없다면, 공간은 매우 다양해질 것이다. 책장을 놓을 수도 있고, 마주앉아 대화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분위기도 생길 수 있다. 취미활동이나 게임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될 수 있다.
집안에서 만남이 그렇게 불편할 수 없다
한국에서 커피숍/카페가 그렇게 많은 이유,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매장이 전세계적으로 놀랄만큼 많은 이유가 바로 집안에서 만남을 갖기 싫어서 또는 마땅한 만남 장소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집을 방문하고 또 집에서 만나 이야기 하거나 차와 간식을 먹는 것이 그렇게 자연스러웠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친인척 또는 지인의 집을 방문하면, 참으로 난감할 때가 많다. 집안에 들어서 인사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서로 마주않아 대화하기 어려운 공간구조 때문이다. 소파는 한쪽 벽면에서 TV를 향하기 때문에 소파에 앉아 마주하기 어렵다. 그러면 바닥에 앉아야 하나? 아니면 식탁에 앉아야 하나? 위치상 식탁은 한쪽 구석에 있고, 주부 입장에서 자기 주방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마주않아서 차담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공간구조는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실에서 TV와 소파의 선택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TV는 방안에서 (방해없이) 집중해서 보는 것으로..
거실에서는 소통하는 공간으로 개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안에 같이 사는 사람의 동의와 지지가 필요하다.